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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책/독서노트]파블로 다니엘의 시집

 
자살일기
자살을 기도하는 혹은 슬픔 속에 머무는 외로운 이들을 위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자살일기를 썼습니다

 

저자
파블로다니엘
출판
파블로다니엘
출판일
2024.09.05

끌리는 책이 없었는데 생겼습니다

식상한 베스트셀러 목록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이 요 며칠 생겨나지 않는다. 마음이 동하는 책을 읽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남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인생책을 찾는 걸까? 별생각 없이 마우스 커서가 자연스레 밀리의 서재 독자들의 인생책 코너로 향했다. 스크롤을 쭉 내리는데 똑같은 표지가 화면 구석구석을 자리 잡고 있는 책을 발견했다. (지읒시옷을 활자 그대로를 옮기지 못함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슬픔 속에 머무는 외로운 이들을 위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썼다

 

이 한 문장으로 오늘 읽을 책이 생겼다. "그래, 오늘은 너다." 그렇게 저자에 대한 소개도 읽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출처 : CANVA 제작

 

저자가 누굴까?

그런데 시를 읽을수록 저자가 궁금해지는 걸 참을 수 없다. 저자 이름은 외국인인데 이 사람 문체가 아무리 봐도 한국인 같아. 조금 집요하게 찾아보니 서울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문학가 겸 가수이자 타투이스트였다. 시마다 영어 원서로 된 성경 책 위에 그린 삽화가 편마다 나오는데, 타투이스트인 저자를 통해 짐작해 보건대, 직접 그렸으리라 생각된다. 역시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책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되긴 되는구나. (삽화를 보는 것도 마치 미술관 작품을 관람하는 듯하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삽화

 

지독한 우울함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저자는 우울이라는 것을 치료하기보다는 우울이라는 감정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독자가 느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대로 된 것인지 나는 이 시집을 읽고 책을 중간에 덮고 싶을 정도의 우울함을 느끼긴  했지만 작가의 표현이 "아름답다. 이런 식으로도 표현이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읽어 내려갔다. 순간 한 가지 상황이 떠올랐다.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매듭. 그런 매듭을 풀어본적이 있는가? 당기고 털어도 풀리지 않는 매듭. 그 매듭을 푸는 방법은 의외로 밖으로 나와있는 줄 하나하나를 꼬여버린 매듭 속으로 들여놓기 시작하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나의 우울함도 이 지독한 우울한 책 속으로 그렇게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러고선 시 한 편씩 그의 우울함 속에서 나의 우울함을 비춰본다. 

 

그래,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이 글을 읽는 우울한 이가 있다면 이 시집을 통해 처절하게 아름다운 우울함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