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각시탈
친목모임 중에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모임이 있다. 오자매 모임. 이들과 만나면 기본이 3차요. 술을 마셨다 하면 내 눈에 눈물을 빼놓고, 살려달라 부르짖을 때까지. 연신 잔들어~! 파도~! 를 외친다.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일부러 택시기사를 자처하는 비장함을 필수로 장착해야 한다. 이 날도 그렇게 오자매 친목모임으로 신제주에서 유명하다고 한 2군데를 다녀왔는데, 1차는 실망스럽고 2차는 사장님이 친절하셨다. 그렇게 뭔가 허전하고, 낚인 것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3차만큼은 제대로 가보자고 단합! 각시탈 열었니? 열려있어! 그렇다면 3차는 각시탈이다.

제주 각시탈 영업시간 및 주차
영업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예전에 우연히 지인소개로 알게 된 이곳.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저녁에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알고 보니 밤늦게 시작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여는 말 그대로 도깨비 심야식당. 3차로 왔기에 열려있는 각시탈을 볼 수 있었구나. 앞으로는 더 일찍 영업을 시작하시기로 나와 약속하신 이모님. 일찍 열려있는 각시탈을 보게 된다면 다 내 덕인줄 알아주시오.
제원 한복판에 있는 만큼 주차는 어렵다. 주저하지 말고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한식 호프집인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대리운전을 호출하는 것이 음주운전을 막는 좋은 방법🫰🏻
제주 각시탈 메뉴

제주 각시탈 애호박 전


어머님, 녹두전이 안 보이네요?
아이고 얼마 만에 온겨?! 녹두전하다가 손목이 안 좋아져서 뺀 지 좀 됐어. 오랜만에 왔는데 미안해서 어째. 그렇다. 난 정말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했고 이곳의 녹두전을 먹고 반해서 녹두전만 시켜 먹어보고 다른 메뉴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녹두전이 없다니, 안타깝지만 이제 다른 메뉴도 애정해 줘야지. (다른 블로거들도 녹두전 강추했던데. 여러분~ 다른 메뉴 갈아탑시다. 애호박 전, 파전도 훌륭해요)그래서 내가 평소에 애정하는 애호박 전을 시켜봤다. 어린 시절에 제사집에 가면 애호박 전 많이 보였는데 최근에는 명절날에도 애호박 전을 본 기억이 없어. 많이 그리웠던 애호박 전. 그리웠던 만큼 애호박 전은 맛없을 수가 없지. 애호박이 이렇게 적당한 크기로 썰려줘야 노릇노릇 골고루 익어서 단 맛을 내는 애호박 전이 되는 거거든?
제주 각시탈 꽃게탕



우리 분명 3차로 왔는데 정말 대단하다. 다 들어간다. 이미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이 다른 멤버들이 해장된다고 국물을 흡입할 동안 난 나의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어본다. 꽃게가 살이 꽉 찬 게 내 배만 하네. 이모님께서 주방에 들어가셔서 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손님이 들어왔는데 무슨 오지랖인지. 서빙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습관이 발동돼서 그 손님들 주문을 내가 받아서 알려드렸다. 그런데 그분들 실상은 나보다 더 단골이었음. 알아서 척척 반찬 준비하고 잔 준비하고 테이블 세팅까지 스스로들 하고 계셨다. 그분들이 망설임 없이 꽃게탕을 주문하는 것을 보고. 이곳의 시그니처는 꽃게탕인가 보다 했다. 근데 우리가 봐도 꽃게탕 시그니처 메뉴 할만하네?!

제주 각시탈 두부김치



솔직히 두 번째 방문은 이 두부김치의 공이 크다. 설마 하니 내가 두부김치 먹고 싶어서 다음 날도 방문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돼지고기와 볶아진 이 김치가 너무 매력적이다. 이건 술안주가 아니라 밥반찬 아닌가요? 다음 날은 다른 모임들과 이곳에 방문했는데. 두부김치 먹고 싶다고 말하면 같이 안 간다고 할까 봐. 닭볶음탕으로 꼬셨고, 두부김치는 덤으로 시키는 것처럼 주문했는데. 일행이 먹어보고 너무 만족해서 볶음김치 추가로 더 해주시면 안 되냐고 이모님께 조르기까지 했다. 데려간 사람 입장에서는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감동이다. 다른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 두부김치 사이드로 주문해 보시길. 메인요리에 버금가는 사이드 메뉴.
제주 각시탈 닭도리탕



닭도리탕은 내가 녹두전과 같이 예전에 시켜 먹었었던 메뉴. 이튿날 연달아 방문해서 그런지 이모님께서 반겨주시며 만들어주신 닭도리탕인데. 이 정도 닭 사이즈는 이모님 사위한테 줘야 될 사이즈 아니에요? 완전 씨암탉인데요? 포슬포슬 감자와 뭉텅뭉텅 당근이 골고루 들어가니 이거 이틀 연달아 왔다고 단골 대접해 주시는 건가요? "아녀, 닭 크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다른 손님한테도 다 그렇게 나가는 거랑께" 많이 주셨다고 생색 내 주실법도 한데, 이렇게 솔직하실 수가. 다른 분들한테도 다 이렇게 양 많이 주신다네.
제주 각시탈 닭똥집

닭똥집은 볶은 마늘이 있어 마늘향과 은은하게 버터향이 나는데. "버터냄새가 나네요?" 버터가 닭똥집의 잡내를 없애주면서 고소한 향을 내준다고 설명해 주시는 이모님. 이거 고소하고 꼬들꼬들한 게 맥주 안주로 딱이네요. 메뉴 하나하나 맛없는 게 없어요. 다 맛있어요.
맛있으면 자주와 줘


제주 각시탈 반찬
이틀 연속으로 왔는데 반찬이 똑같지 않고 일부 변경이 있었다. 그날그날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멸치를 갓 볶으셨다며 달콤 짭짜름한 멸치볶음을 추가로 주셨다. 정갈한 반찬이 한정식집을 방불케 한다. 공깃밥 2개 추가해서 맛있게 냠냠.


여담으로 바빠진 어머니를 도와드리기 위해 따님이 부리나케 오셨는데. 조금 한가해진 무렵 "제가 요새 취미로 블로그 한다고 맛있는 집 찾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그러는데, 간단하게 정보공유하려고 보니 각시탈 정보가 너무 없어요. 어머님은 힘드실 수 있으니까. 따님께서 한번 해보세요. 제가 메뉴 올리는 거 간단하게만 알려드릴게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바빠 메뉴 사진 찍은 것도 없으셨다면서 잘 찍은 메뉴 사진도 공유해 드리고 올리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왔다. 하실지 말지 그냥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말씀드린 거라, 기대는 안 했는데 포스팅 직전에 검색을 해봤더니
짠! 내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랑 똑같은 사진들이 N포털 각시탈의 얼굴이 되어있다. 너무 감동인데? 다음도 곧 올라오겠쥬?

밤이되면 사람이 가득차는 이 곳. 신제주 제원의 숨은 맛집. 이모님이 바쁘셔서 나도 모르게 셀프로 척척 하는 것들이 많지만 사람냄새나는 한식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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