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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맛집

[제주/맛집]조천 포구 근처 고등어회 전문점 미영이네 2호점

조천 미영이네

12월은 연말도 연말이지만 12월 초부터 내 생일이 있어 감사하게도 밥을 사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주말 저녁 퇴근 후 약속이 잡혔는데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어딜 간다 말도 없이 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가. 

  • 몇 시까지 영업하세요?
  • 저희 지금 영업은하고 있는데, 대기가 17팀이에요. 오셔서 대기하셔야 할 것 같아요.

대기가 17팀이래. 제주시 법원에서 부랴부랴 일단 무작정 출발을 했다. 가면서도 설마 대기가 그렇게 많을라고, 이 정도면 오지 말라는 거 아닐까? 괜히 갔다가 못먹고 돌아오면 어떡해? 이런저런 걱정 속에 일단 대기를 해두고 다른데 들렸다 다시 가면 되지! 역시 우리는 긍정파워!  그렇게 생일의 주인공은 나지만 술을 안 마실 내가 핸들을 잡았다. 30분을 도란도란 얘기하며 가니 금방일세그려. 

 

 

미영이네 2호점 메뉴

미영이네를 모른다하니, 정말 외계인 취급을 하더군. 내가 아는 미영이네라곤 우리 고모 "☆미영 여사"밖에 모른다고. 그래서 여기 뭐 파는데? 고등어회 전문이란다. 눈이 동그래졌다. 굳이 집 근처 광양초 앞에 우리가 자주 가는 가게를 놔두고 30분이나 걸려서 여길 온다고? 여길 꼭 와봐야 한단다. 고등어회도 집집마다 다 다른 매력이 있다고. 먹어보면 다른 매력이 있을 거라면서. 도착하고 나니 한편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나가고 대 인원이 다시 우르르 들어가고 있는 틈으로 대기를 하려고 하니 마침 우리가 들어갈 자리 하나가 남았다고 한다. 언뜻 하시는 말로는 대기에 포장손님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카운터에 포장 비닐이 여러 개 올려져 있는 걸 보니, 수긍이 됐다. 

 

자리에 앉고 뭘 주문해야 하나? 보는데 메뉴판이 간단하네 3-4명이면 大 / 1-2명이면 小 

 

 

미영이네 고등어회 곁들임 

미영이네 고등어회 곁들임

주문과 동시에 상 위로 준비되는 고등어회와 곁들일 반찬. 메뉴판을 들고 이게 어떻게 먹는건가 한번 쭉 훑어본다. 고등어밥이 뭐지? 했는데 왼쪽 사진에 조미된 밥이 양념밥/고등어밥이라고 부르는 것 같고 양파와 미나리 고추가 한데 버무려진 이것이 양념장 야채인 것 같군.

곁들일 반찬 : 김치 / 백김치/ 소세지볶음 / 미역 / 멸치볶음 / 샐러드 / 마늘 / 쌈장 / 갈치속젓 /김

반찬은 직원분께서 홀을 돌며 빈 공간이 보이는 접시는 치워준다고 하시거나 새로 채워주셨다.

미영이네 2호점 고등어회

대망의 고등어회가 등장했다. 한 편에 흰색의 줄무늬가 보이는 살은 뱃살 / 다른 한 편에는 등살. 가족이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가 한 차례 설명을 해주고, 제주 고등어회는 이렇게 추워진 겨울에 낚은 걸 먹어야 된단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져 고등어가 지방이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그게 배지근하니 맛있다고 한다. 고등어회 전문으로 하는 곳을 몇 군데 다녀본 적이 있는데 미영이네의 장점은 회가 두툼하니 듬삭하게 적당한 크기로 썰렸다. 이래야 씹는 맛이 나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등어회를 먹어보는데 가게에서 알려준 방식을 최대한 따라해보자. 쌈장에 찍어도 맛있고 김에 양념장 야채에 싸 먹어도 맛있다. 백김치에다 싸 먹어도 보고, 갈치속젓과 마늘에다 싸 먹어도 맛있었다. 회의 양이 많으니 어떤 방법으로 먹어도 넉넉하다. 고등어회도 두께가 있다 보니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다 보면 곁들인 재료에 따라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 이것은 뭐가 최상의 마리아주라 말할 수 없다. 이 것이야말로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말이로구나. 난 이제까지 양파에 간장 양념장이 고등어회의 정석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다른 고등어회의 매력을 배워본다.

미영이네 2호점 고등어탕

미영이네 고등어탕

회를 다 먹어 갈때쯤, 직원분께 탕 준비를 부탁드렸다. 솔직히 나도 제주도 토박인데 생선 들어간 거 비려. 생선 미역국보다도 무조건 소고기 미역국파 거든. 각재기국도 동태찌개도 먹기는 하지만 굳이 선택을 하라면 패싱한단말이야. 처음에 나온 것 보고 비주얼보고 이거 뭐지? 싶었다. 이거 할머니가 끓여줬던 제주도식 콩국 비주얼인데? 근데 이게 미영이네의 별미 중의 별미다. 메밀가루다. 들깨가루다. 우리 모두 의견이 분분했는데 메뉴판에 떡하니 메밀도 아니요, 들깨가루도 아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와, 그럼 이게 대체 뭐지? 싶었는데 여러 가지 곡물들과 고등어뼈의 육수가 우러나와서 나오는 진국이란다. 확실히 색다르네. 

 

미영이네 2호점 옥돔구이

탕이 나온 직후에 바로 서비스로 나온 옥돔구이(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정말 특이했던 점은 옥돔구이가 삼삼했다. 간을 고의로 안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보통 생선구이가 좀 짜게 간을 해서 밥에 곁들여서 먹지 않는가. 만약 옥돔구이가 짰더라면 마무리가 입에서 풍겨져 나오는 짠내로 텁텁했을 수도 있는데 훌륭한 마무리 음식이 되었다. 세심함이 보이는 부분. 

 

서귀포 대정이 본점. 2호점은 작년에 오픈. 나는 이제야 알게되었지만 유명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