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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맛집

[제주/맛집]태양상회

관덕정 탑동 근처 술집 태양상회

관덕정 부근에 1박을 하게 된 직장 선배님과 식사 후 숙소 근처 술집에서 2차를 하기로 하고, 어디가 괜찮을까 고민하던 중, 내가 예전 포스팅 했던 글 중에 탑동 근처 맛집 리스트가 있었지? 떠올리고서 태양상회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참에 안 먹어본 음식도 먹어보고 좋다. 관덕정과 탑동 근처 맛집이 궁금하다면 하단의 리스트를 한번 살펴보길 권한다.
 

 

제주 탑동 현지인 맛집 리스트 9

탑동에선 어디를 갈까? 제주 탑동에서 무엇을 먹으러 갈지 고민이라면? 나도 탑동에서는 무엇을 먹으러 갈지 고민이 된다. 먹을 곳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있다. 일단 탑동 맛집 리스트를 뽑아보

moonhiba.com

 

제주 태양상회 외부

조용한 골목길 사이로 혼자만 북적이는 가게가 있다. 옛 제주에선 '점빵'이라고 불릴 말한 곳. 밖에서 보니 사람들이 제법 차있다. 예전에 젊음이 느껴지는 힙한 공간이었다면 오늘 들어선 이 가게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가게랄까? 70년대생 선배님을 모시고 가게 되니, 옛날 전통혼례 1호셨다. 제주식 3일 결혼잔치를 하셨다는 얘기를 해주시는데 우와 복고 인테리어 아닐까 봐. 손님까지 복고 손님이 오셔버렸네?😊 내가 방문한 이날은 마침 연령대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이 계셨어서 밖에 잠깐 바람 쐬러 나갔을 때 어린 친구들이 "여기 연령대가 좀 있네?"라고 갸우뚱거리면서 들어갔다. "이보게 친구, 나 아직 어려. 영 포티 young forty 야!" 속으로 외쳐봤다. 그런데 솔직히 오늘은 직장인 3040이 많은 것 같다. 네들이 뭘 알겠니? 이거 다 나 어릴 적 할머니집에 있던 물건인데. 봐본 적이 있겠니? 네들은 박물관 오는 느낌 아니겠니? 나는 외할머니집 오는 기분이 든다고!
 

제주 태양상회 메뉴

태양상회 메뉴판

예전 방문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로 아롱사태 수육과 크림 짬뽕을 추천받아먹었었는데 이번엔 우리 일행 선배님. 연장자의 희망사항으로 육회와 부추우전을 주문해 봤다. 술은 하이볼 산토리/ 하이볼 유자 (부추우전 선택에는 내 사심이 개입되었다.) 처음 먹어보는 건 다 좋아. 난 새로운 게 좋으니까. 

기본으로 나오는 두부김치 / 고동(다슬기) 다슬기는 초등학교 운동회 때 몇 백 원 주고 종이컵에 사서 먹었었는데 그 맛이 가끔 생각나서 오일장 가면 냉큼 사서 한 컵을 쇽쇽 비운다. 그리고 물통은 델몬트 유리병. 옛날에는 이게 보리차를 담는 국민템이었단 말이지. 이게 물때가 생기면 얼마나 씻기 어렵고 귀찮았는지에 대해서 아니? 암요. 알다마다요. 3M 초록색 수세미를 담고 젓가락으로 테두리를 긁어댔었지요. 

 

태양상회에서 주문한 것

맛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나쁘지 않다. 간이 적당하니 괜찮고 육회도 마늘향이 조금은 강했지만 소불고기 양념느낌의 맛있는 육회.
부추우전도 우삼겹과 부추, 깻잎이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고 2차로 갔음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좋은 맛이 났다. 
 

제주 태양상회 내부

이곳저곳 눈에 띄는 자개상과 어릴 적 우리 집에도 걸려있던 호랑이 뜨개 벽화, 흐린 기억 속에 옛날 TV. 이런 소품 구경하는 맛으로 주변을 둘러봐도 좋은 곳. 근데 뭐니 뭐니 해도 이 일력이 복고를 상징하지 않겠어? 할아버지 방에 일력이 날짜가 다르면 안 되니 매번 제대로 찢어 나와했다고. 휴지도 그 시절엔 귀했는지 일력을 찢고 두 손으로 주무르고 펴고를 반복하면 휴지처럼 부드러워졌는데 이게 시골집 필수템이었지 아마. 

80년대를 회상하고 싶은 분들은 방문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