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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무엇이 이 영화를 보게 한 것일까? 끌어당김의 힘?양자역학?미국 총기난사?

어떤 채널로 이 영화를 볼 것인가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 바로 보고 싶긴 했지만 혼자 영화관을 갈 용기는 없었고 극명하게 갈리는 친구들과의 영화 취향으로 인해서 나중에 OTT를 통해서 보겠노라 생각만 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어디선가 영상매체를 통해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광고를 다시 보게 되어 찾아보니 WAVVE 어플을 통해서 독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구독하고 있는 넷플릭스에는 올라와 있지 않았고, 이용하는 통신사인 유플러스 모바일 TV에는 만원이 넘는 금액이라서 구매를 포기하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그냥 간략하게 내용을 압축한 동영상만이라도 봐보려고 검색했더니 대여가 5,500원으로 48시간 동안 시청이 가능하 다해서 바로 결제했답니다. 어차피 설연휴가 끝나면 OTT는 제대로 볼 시간도 없거니와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다른 OTT 결제는 조금 부담이 되었어요. 내가 내는 돈이 애드센스로 다시 환급되리라 기도하고 구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답니다.

친구들과 안보길 잘했다. 하지만, 명작이다.

친구 나나가 같이 봐주겠다고 앉아있던 걸 혼자보고 싶다고 거절했습니다. 일단 웃음코드는 저랑 맞지 않았고 친구들도 저랑 웃음코드가 비슷하니 친구들도 맞지 않았을거라 확신합니다. 혼자보기를 잘했습니다. 멀티버스 세계관 안에서 수천, 수만의 양자경이 존재하니 분명 같이 봤다면 저는 멀티버스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고 평행우주에 대해서도 설명해줘야 했을 거고 더 나아가서 양자역학까지 설명해야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궁금하지 않은 것 같은데 물어봐주면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 주는 편) 요새 끌어당김의 법칙과 뇌과학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봤더니 아무래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 영화가 추천된 것 같기도 합니다. 코믹요소들이 저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좋은 영화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다중 우주에 관해서 정말 촘촘하게 짜여 있는 멋진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눈을 즐겁게 해 주었고 제 스스로 깊은 생각을 하게끔 했어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른 평행우주에서 빌려온다는 것은 예전 하느님과의 수다라는 책 속에서 양자역학 부분을 읽고 상상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수천 명의 에블린을 봤지만 당신같은 에블린은 처음이야.
이루지 못한 목표와 버린 꿈이너무 많아. 최악의 에블린으로 살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당신이 실패의 길을 택했기에 다른 에블린들이 성공한 거야.

-에블린(양자경)의 다른 차원 남편인 웨이먼드(키호이콴)

이 대사를 읽고나서 제가 했었던 상상은 정말 남들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제 평생의 숙원 다이어트에 관한 상상입니다.

다른 평행우주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 나의 불만스러운 부분을 다른 평행우주의 나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다른 평행우주의 말라깽이인 또 다른 내가 살이 안 쪄서 고민이라면 내 살들을 전송해주고 싶어.
왜 하필 이 시기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하나의 의문이 드는 점은 조심스럽게도 설연휴 중에 일어난 미국의 중국계 노인의 총기난사 사건이 두 건이나 벌어진 이 시점에 이 영화가 제 시선에 계속 머물러있었던 점이에요. 처음에는 내용을 알 수 없었으나 극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주인공이 다중 우주의 혼돈 속에서 현실과 착각을 하며 본의 아니게 세무서 안에서 테러를 벌이게 돼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점이 찝찝해졌어요. 같은 동양인이 안 그래도 인종차별이 있는 지역에서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 한인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친구 나나가 왜 총기규제를 못하냐고 물어왔을 때, 제 얄팍한 지식으로 설명을 해주었어요.

미국은 로비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다.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로비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데 총기회사가 정치인에게 로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는 제약회사들도 로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들이 남용되고 그에 따른 약물중독 사망자도 많이 발생해서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은 들지만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어서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총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총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어떤 것이 옳다고는 나도 말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사건이 여러 건이나 발생하면 당장의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몰라도 변화의 도화선에 불을 지필 것만큼은 확실하다.

영화를 같이 보지 않았다면 이 사건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사건을 자세히 보게 되었어요. 아무쪼록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