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조토 발매트가 부서지다
근 몇 년 동안 화장실 앞의 습한 물기들로부터 내 발을 지켜준 규조토 발매트. 이제는 본인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그저 실수로 한 발 헛디딘 나에 의해서 처참하게 부서져버렸다. 문지방에 비스듬히 걸쳐있던 것이 나의 육중한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마치 디스크가 터지듯 부서져버린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건 꿰맬 수도 없고 잘라서 쓸 수도 없으니 새 발매트를 준비해야 했다. (불연성 마대도 덤) 애초에 규조토 발매트를 처음 썼을 때도 뭐 이런 것이 어떻게 물기를 흡수하느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했던 것이 5년은 더 지난 옛일이 되어버렸는데, 이젠 2세대니. 3세대니 하는 빨아 쓰는 규조토 발매트가 나왔다고 해도 마흔을 앞둔 나에게는 이 세상 문물이 아니게 되었다. 빨아 쓰는 규조토 매트를 주문해 놓고, "에이 이놈은 마음에 안 든다. 반품하자."하고 반품하고는 기존에 쓰던 것과 최대한 비슷한 걸로 구입하기로 결정내렸다. 5년 전에는 분명 신문물이었던 것이 구관이 되어 이제는 명관이 되었구나.

Serendipity
룸메이트가 알아서 주문하겠다고 하니, 덕분에 신경을 안쓰고 있던 찰나에 집 앞에 쿠팡배송이 도착해 있었다. 어린 아기 하나 들어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큰 상자가 도착하니. 이게 뭔가 싶었다마는 단박에 과대포장되어 있는 규조토 매트로구나 싶었다. 충격에 부서지기라도 할까. 상자 안에 작은 상자 하나를 열고 또다시 작은 상자를 벗겨내고, 뽁뽁이 비닐 포장을 까지 벗겨내니 러시아 전통인형도 아니고 까도 까도 언제면 나올까 싶던 발매트가 겨우야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들을 포착해 내리라 바로 전날 선언했는데. 우연히 발매트에 적혀있던 단어 "serendipity" 룸메이트는 별생각 없이 이 디자인을 선택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 단어만은 정말 소름이 돋는다.
2025.01.10 - [하루한조각] - ep.4 평범한 날들을 근사하게 기록해보자
ep.4 평범한 날들을 근사하게 기록해보자
티스토리 블로그에 수필 카테고리 생성글을 쓰다보니 점점 블로그를 확장해야될 필요성을 느꼈다. 애초에 애드센스를 넣으려고 시작했던 블로그였는데 지금은 애드센스보다는 그저 꾸준히 무
moonhiba.com
바로 전날 포스팅한 블로그에서 소개한 책 내용 중에 내가 제일 눈여겨보았던 챕터에서 저자가 말한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은 게 있었는데 그 내용이 바로
나만의 세렌디피티를 찾아보세요.
였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돈을 줍는 따위의 행운을 말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일어났을 때는 마치 우주가 준 선물처럼 느껴지는 무언가. 내가 이 규조토를 눈여겨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책을 주의 깊게 읽지 않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우주의 선물을 받고 또 한 번 감탄했다. 이 단어 또한 내 것이 되려고 끌어당겨졌구나. 내가 원하던 규조토 발매트가 마치 나를 찍고 기억 속에 남겨달라는 듯, 꾸준히 일기를 써나가라는 듯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고작 발매트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지금 정말.. 부끄럽.. 다.) 하지만 어때? 오늘 나의 일상의 기쁨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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